갑상선에서 생성되는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갑상선호르몬의 기능적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질환은 크게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잘 생성되지 않아 체내에 갑상선 호르몬이 정상보다 낮거나 결핍된 상태를 말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경우, 기초대사량이 적으므로 몸이 붓고 둔해지면서 체중이 늘어나고, 피부가 거칠어지며 추위를 타는 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원인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 자체의 이상으로 인한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갑상선자극호르몬(Thyroid stimulating hormone, TSH)을 분비하는 뇌하수체의 이상으로 인한 ‘이차성(중추성)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기능저하증의 95% 이상이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이며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의 70~85%는 만성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에 의한 것입니다. 만성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일명,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우리 몸의 일부인 갑상선에 자가면역 반응이 일어나 자가항체가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갑상선에 림프구 등 염증 세포들이 모여들어 갑상선 세포들이 서서히 파괴되는 만성 염증 질환입니다. 또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아급성 갑상선염이나 출산 후 갑상선염에서도 일시적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대부분 저절로 회복됩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갑상선암 등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로 갑상선을 제거하거나, 방사성요오드 치료로 갑상선이 파괴된 경우에도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합니다. 아주 드물게 선천적으로 갑상선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거나 갑상선호르몬의 생산 과정에 문제가 있는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도 있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를 위해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는 중에 일시적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되거나, 요오드의 결핍 또는 과다 섭취에 의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요오드는 해조류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해조류를 주재료로 한 건강보조식품을 과다 섭취한 후 일시적인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한 예를 들 수 있습니다.
2. 이차성(중추성) 갑상선기능저하증
중추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뇌하수체의 종양이나 뇌하수체에 대한 수술, 방사선 치료 등에 의한 뇌하수체의 손상이나, 출산 시 과다 출혈로 인한 뇌하수체 기능부전(쉬한 증후군) 등의 원인으로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이 분비되지 않아 발생합니다. 일차성갑상선기능저하증과는 달리,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다른 자극호르몬의 결핍 증상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에 비해 매우 드물고 일반적으로 다른 뇌하수체 기능 부전의 증상을 동반하므로 전체적인 임상 증상이나 경과에 차이를 보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원인 감별을 위해 내분비 전문의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증상 및 검사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증상은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므로 잘 느끼지 못하며 그저 조금 피로하고 손발이나 얼굴이 붓고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소화가 잘 안 되고 변비가 생기는 등 다른 질병에서 나타나는 증상과의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갑상선호르몬은 열과 에너지의 생성에 필수적이므로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한 경우 온몸의 대사 속도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몸의 모든 기능이 저하됩니다. 기초대사량이 감소하여 에너지 생산이 적어지므로 몹시 피로를 느끼며 추위를 잘 타게 되고 심하면 한여름에도 내복을 입어야 할 정도입니다. 땀이 잘 나지 않아서 피부는 매우 건조하고 거칠며 특히 얼굴이 핏기가 없이 창백하거나 카로텐(carotene)의 축적으로 누렇게 변하며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이 현저하게 누런색을 띱니다. 머리카락이 매우 거칠어지고 잘 부서지며 많이 빠지고, 특히 여자에서는 이런 이유 때문에 파마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심한 경우는 눈썹의 바깥쪽 부분도 빠집니다. 여자에서는 흔히 월경량이 늘어납니다.
또한 의욕이 없고 정신집중이 잘 안 되며 기억력이 감퇴합니다. 식욕이 없어 잘 먹지 않는데도 몸이 붓게 되어 체중이 증가합니다. 얼굴과 손발이 주로 붓지만, 실제로는 전신이 모두 붓게 되며 이때 나타나는 부종은 특징적으로 눌러도 누른 자리가 표가 나지 않으므로 처음에는 알기 어렵습니다. 성대에도 부종이 오므로 쉰 목소리가 날 수도 있습니다.
심장 맥박이 느려지고 심박출량이 감소하므로 가벼운 운동에도 쉽게 숨이 차고, 심해지는 경우는 심낭에 물이 차기도 합니다. 위장관 운동도 저하되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대개 변비가 생깁니다. 극심한 경우는 때로 장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 장폐색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고 오랜 기간에 거쳐 서서히 진행되어 기운이 없고 쉽게 피곤하거나 추위를 타는 등 막연한 증상이 나타나므로 대다수의 환자는 갑상선 질환이 있다고 자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갑상선기능저하증인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므로 위에 열거한 증상이 있거나, 과거에 갑상선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갑상선 기능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혈액 검사를 해보면 갑상선호르몬(유리 T4)은 감소해 있고, 갑상선을 조절하는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은 증가되어 있습니다.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에 의한 경우에는 혈액검사에서 갑상선에 대한 자가항체가 양성으로 나옵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갑상선 스캔에서는 동위원소 섭취가 불규칙하며 대칭으로 커진 갑상선을 볼 수 있습니다.
치료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 경우 반드시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 몸의 대사를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갑상선호르몬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이므로 모자라는 만큼의 호르몬은 약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갑상선호르몬제는 오래 복용해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유지될 정도로 용량을 잘 조절하면 아무런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이러한 적정 용량을 결정하기 위해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기 시작하고 6~8주 후에 혈액검사를 해야 합니다. 그 결과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나오면 복용하고 있는 용량을 그대로 유지하면 됩니다. 갑상선기능이 정상보다 낮게 나오면 갑상선 호르몬제의 용량을 높이고, 높게 나오면 호르몬제의 용량을 낮춥니다.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 되면 갑상선종도 작아지게 됩니다.
갑상선호르몬제는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동안 먹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수술로 갑상선을 제거하였거나 방사성 요오드치료에 의해 갑상선이 파괴된 경우에는 영구적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되므로 평생 동안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만성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에 의한 경미한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경우 일부에서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하는 경우 최소한 1년에 한번 갑상선기능을 검사하여 현재 복용하는 갑상선호르몬제의 용량이 적절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의할 점은 스스로 약 복용을 중지하거나 지속하면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유지되지 못해 증상에 관계없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담당 의사의 지시에 따라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경우 한 알이든 두 알이든 용량에 관계없이 하루 한번 아침 식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아침에 복용하는 것을 잊었을 경우에는 하루 빼먹는 것보다는 생각났을 때 어느 시간이라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갑상선호르몬제는 임신 중에 복용해도 되는 매우 안전한 약으로 분류됩니다. 오히려 임신 중에는 갑상선호르몬 요구량이 늘어나고, 모체의 갑상선 기능이 정상보다 낮을 경우 태아의 뇌 발육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므로 평소에 복용하던 용량 보다 더 높여서 복용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미리 담당 의사와 상담을 하고 갑상선 기능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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