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의 위험요인
녹내장이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이상이 생김에 따라 시야결손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진행성 시신경병증으로 정의합니다. 시신경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시야손상이 발생하고 방치하면 실명(시력을 잃어 앞을 못 보게 됨)에 이르게 됩니다. 안압이 높아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압이 정상 범위라도 안압의 하루 변동 폭이 크거나 시신경으로 가는 혈액 순환이 잘 안되는 경우, 또는 유전자 이상 등의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70~80% 정도는 안압이 정상범위임에도 불구하고 녹내장이 발생하고 진행하는 '정상안압녹내장'에 해당합니다. 최근까지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안압 상승이 녹내장 발생 및 진행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졌습니다. 안압(intraocular pressure, 眼壓)이란 안구의 형태를 유지하는 눈의 압력을 뜻하며, 안압은 방수의 생성과 배출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방수의 적절한 생성과 배출이 유지되어야 안압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며, 만약 배출통로에 문제가 생겨서 방수가 적절히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안압이 상승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안압의 정상범위는 10~21 mmHg인데, 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상승된 압력에 의해 시신경이 눌려서 손상 받게 되며, 시신경손상이 진행할수록 시야가 점점 좁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녹내장을 안압이 높아서 발생하는 질환으로만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불구하고 녹내장성 시신경변화가 나타나는 소위 '정상안압녹내장' 환자를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시신경의 혈류장애, 근시 등 안압 이외 인자도 녹내장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증상
녹내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원발개방각녹내장과 정상안압녹내장은 만성적으로 서서히 시신경이 손상됩니다. 그에 따라 시야손상이 진행되는데 주변시야의 손상이 먼저 오고 중심시야는 말기까지 보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내장의 증상은 흔히 '소리 없는 실명'으로 표현되는데, 초기에는 거의 자각증상(환자 자신이 느끼는 병의 증상)이 없다가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거나 심하면 말기에 가서야 자각증상을 호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발개방각녹내장은 증상으로 조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원발개방각녹내장은 양쪽 눈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양쪽 눈의 시신경 손상 정도는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건강한 눈의 시기능으로 인해 손상이 심한 눈의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쪽 눈으로 작업을 하거나 예민한 사람의 경우 드물게 암점(시야에서 검게 안 보이는 부분)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이른 아침이나 밤늦게 한쪽 눈 또는 양쪽 눈의 안압이 상승하여 일시적으로 시력이 저하하고 두통이나 안통(눈통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신경손상이 진행된 경우, 시야가 매우 좁아져서 주변의 사물과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해집니다. 계단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낮은 문턱 또는 간판에 머리를 부딪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운전 중 표지판이나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우연히 녹내장이 발견된 환자의 경우 진단된 순간부터 증상을 스스로 느끼기도 합니다. 폐쇄각녹내장은 만성적인 경우 간헐적인 안압손상에 의한 일시적 시력저하 및 안통과 두통을 동반합니다. 그러나 원발개방각녹내장과 같이 말기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급성폐쇄각녹내장(발작)의 경우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안압이 급격히 높게 오르면서 심한 안통 및 두통과 함께 시력저하가 발생합니다. 오심, 구토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불빛을 보면 주변에 달무리가 나타나고 심한 충혈이 동반됩니다. 드물게 나타나는 선천녹내장의 경우 아이가 증상을 호소할 수 없어 보호자의 관찰에 의해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눈물흘림이나 눈부심, 눈꺼풀연축(눈떨림) 등을 볼 수 있으며 각막확장, 각막혼탁 등의 증상도 나타납니다. 속발(성)녹내장의 경우 원인에 따라 그 증상이 각각 다르게 나타납니다. 포도막염에 의한 경우는 염증에 의한 충혈, 안통, 시력저하가 나타날 수 있지만, 염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엔 안압이 40~60 mmHg까지 상승해도 약간의 시력저하나 눈부심 외에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백내장이 원인인 경우는 급성녹내장에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등의 안약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나타나는 녹내장의 경우엔 안압 상승에 의한 시력저하 등이 있을 수도 있지만, 원발개방각녹내장 같이 말기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관리법
녹내장 치료의 목표는 시신경손상 및 시야손상의 진행을 막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녹내장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여러 위험인자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치료 가능한 위험인자는 "(높은) 안압"입니다. 안압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손상이 진행되므로, 녹내장 환자에서는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따라서 녹내장 치료에는 안압 조절 및 안압 하강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압이 정상범위이면서 녹내장이 생기는 정상안압녹내장이 매우 많습니다. 이 경우 안압은 정상범위에 있지만 시신경이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정상 안압에도 손쉽게 시신경손상이 일어나는 경우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정상안압녹내장에서도 본인의 현재 안압보다 더 낮추는 치료를 권장합니다. 안압을 낮추는 방법에는 안약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먹는 약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는 레이저치료나 수술요법을 시행하게 됩니다. 이 방법들 중에서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약물요법은 녹내장치료의 기본입니다. 여러 가지 약물 중 환자의 질병이나 반응도를 고려하여 환자에게 맞는 약을 선택하고, 정기관찰을 통하여 그 약이 제대로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안압을 낮추는 것이 주목적이며, 시신경보호 효과를 고려하여 투약할 수도 있습니다. 근래에는 점안약제의 종류가 많아지고 안압하강효과도 좋아져서 점안약 만으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 가지 약물로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약물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보조적으로 시신경 혈류개선을 위한 약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폐쇄각녹내장에서는 "레이저홍채절개술"이라는 레이저치료가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레이저홍채절개술은 홍채 주변부에 레이저로 아주 작은 구멍을 만들어 방수가 흐르는 통로를 만들고 홍채 뒤쪽의 압력을 낮추며 홍채를 뒤로 물러나게 하여 안압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개방각녹내장에서는 "레이저섬유주성형술"이라는 레이저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목적은 안압을 낮추는 것이며, 점안약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나 그 밖에 레이저 치료의 효과가 좋을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에게 시행합니다. 수술적 치료는 약물 또는 레이저 치료로 안압이 적절하게 떨어지지 않을 때에 주로 시행하게 되며, 대표적인 녹내장 수술에는 섬유주절제술과 녹내장임플란트삽입술 등이 있습니다. 녹내장 수술은 방수가 눈의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큰 통로를 만들어 안압을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하고자 하는 개념으로 쉽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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